2013년 8월 28일 수요일

'감자별' 김병욱 PD님, '똥' 이야기 왜 이렇게 많아요?

|오마이스타 ■취재/이선필 기자| 시트콤 '거장'이 돌아왔다. 분명 거장이란 칭호는 그에게 아깝지 않다. <순풍산부인과>(1998)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2000), 그리고 그 유명한 <하이킥> 시리즈를 내놓았던 김병욱 PD 말이다. 그가 적을 옮겨 새 작품을 선보인다. 친정 MBC를 떠나 CJ E&M 계열 채널인 tvN에 자리 잡은 그는 <감자별2013QR3>(이하 '감자별')라는 새로운 시트콤을 천명했다. 김병욱 PD는 28일 오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마음껏 했다. 평소 SNS도 하지 않고 대민 접촉이 극히 적은 인물인 만큼 최근 그의 생각을 알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그가 시트콤을 놓지 않는 이유와 작품 발상, 그리고 캐스팅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나눴다. 김병욱 PD와 오랜 시간 호흡을 맞춰온 이영철 작가가 현장에 함께했다. <감자별>은 2013년 지구로 날아온 의문의 행성 감자별 때문에 벌어지는 노씨 일가의 좌충우돌 멘붕 스토리를 담은 일일 시트콤이다.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주 4회 방송되는데 그 설정과 내용이 정말 '김병욱'스럽다. "'하이킥'에 대한 반성…이번엔 그냥 웃을 수 있는 작품" - 복귀 반갑습니다. 게다가 시트콤으로 돌아와 더욱이요. 근데 <감자별> 역시 전작 <하이킥> 시리즈처럼 여러 사회적, 정치적 메시지를 담아낸 작품인지 궁금해집니다. 김병욱(이하 '김'): "예전에 <하이킥>을 할 때 저에 대한 안 좋은 얘기가 있더군요. '드라마 병에 걸렸다' 뭐 이런 내용이었는데 이번엔 되도록 코미디를 많이 할 겁니다. 초반엔 가능한 한 즐겁게 보시게 할 겁니다. 너무 우울한 이야기를 다룬다는 지적이 있어서 이번엔 안 그러려고 노력하려고요. 제가 꼭 정치의식을 가진 건 아닌데 <하이킥>에 정치적 색깔을 담았다고 보신 분들이 많더라고요. 돌이켜 생각하면 어떤 이야기를 부질없이 넣으려고 했던 부분도 있던 거 같아요. 반성하고 있습니다. 특히 <하이킥3>는 무리하게 초반에 이야기를 이끈 경향이 있네요. 청년실업을 잘 다루면 괜찮은데 리서치를 잘 못했고, 관념적인 측면이 있죠. 정치적으로 옳은 드라마가 좋은 드라마가 아닌데 나도 모르게 그렇게 생각한 부분이 있어요. 이번엔 그냥 편하게 웃을 수 있는 작품을 하고 싶은 생각입니다(웃음)." - 그간 매 작품마다 특이한 설정이 눈에 띄었는데 이번엔 소행성이네요. 특별히 미지의 행성을 소재로 끌고온 이유가 있나요? 김 : "우리 일상이 위기라고 생각했어요. 보통 일일극이나 주말극의 이야기 서사에 익숙해져 있는데 위기 의식에 조금은 다른 설정을 주고 싶었죠. 하늘에 감자처럼 생긴 행성이 떠있는 세상은 얼마나 다를까 상상했습니다. 사실 예전에 <멜랑콜리아>라는 영화를 감명 깊게 봤어요. 우울증을 다룬 영화라지만 그 자체로 아릅답기도 하고요. 우리 <감자별> CG(컴퓨터 그래픽)도 아름다워요(웃음)." - 아니 방금 전엔 웃기는 코미디를 하겠다면서 또 우울함인가요? 영화 <멜랑콜리아>가 모티브인 거네요? 김 : "굳이 말하자면 콘셉트를 가져온 건 맞아요. 사실 제 작품이 코미디가 주안점이지만 이야기가 좀 슬픈 지점도 있고, 허무함도 있습니다. 어떤 특정 지점이 있어요. 근데 이건 제가 가진 세계관이에요. 그걸 슬프게 생각하면 슬픈데 하나의 특징일 수도... 저와 함께 진행하는 이영철 작가는 어떤 생각인진 모르겠지만 맞춰주려고 노력하는 거 같아요(웃음)." ▲ <감자별2013QR3> 연출을 맡은 김병욱 PD와 극중 기도상 역을 맡은 배우 김정민. ⓒ CJ E&M 관련사진보기 "실패 확률 큰 시트콤, 8개월만 투자해달라고 부탁" - 사실 김병욱 PD는 꾸준하게 시트콤 장르를 파왔습니다. 나름의 철학도 있을 거고 사명감도 있을 거 같아요. 김 : "시트콤은 힘들어요. 캐릭터가 15명이든 10명이든 다들 자기만의 이야기를 담아내야 하거든요. 드라마에선 캐릭터는 기능적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시트콤 속 캐릭터는 작은 캐릭터라도 언젠간 그의 이야기가 다뤄져요. 캐릭터도 살리고 코미디도 해야 하고, 매일 이야기도 만들어야 하니 어렵죠. 웬만해선 성공하기 어렵고 그래서 실패 확률이 90%가 넘어요. 또 그간 해왔던 이야기들과 겹치지 않아야 하고요. 이번에 작품을 하면서 시트콤 명맥이라도 이어보자는 생각이었어요. 그리고 실패 확률도 있지만 8개월만 투자해달라고 했죠." - 확실히 MBC에서 tvN으로 옮기니 좋나요? 케이블 채널에 대해 여러 생각이 들 것 같아요. 김 : "사실 <순풍산부인과> 때부터 우리 팀 대본이 거칠기로 유명했어요. MBC에선 매일 심의실과 싸워야했죠. 방송이 청소년 시간대라 '지랄' 이런 단어도 못쓰더라고요. 별 건 아니지만 작은 어휘라도 전 그걸 고수해야한다는 생각이에요. 근데 케이블은 지상파 때보타 훨씬 거칠게 썼는데도 제재가 없더라고요(웃음). 또 지상파에선 시청률 15%가 안 되면 실패했다고들 하는데 케이블은 열혈 시청자가 찾아 본다는 맛이 있어요. PD라면 누구나 열형 시청자 층을 갖고 싶어 하잖아요. 또 다른 장점은 세트를 고정으로 지어놓는다는 것이에요. 제작하는 사람 입장에서 작품 기간 동안 세트를 갖고 있으면 편합니다. 큰 장점이 아닌 거 같지만 세트가 있으면 소품 하나도 자리가 바뀌지 않아 당황하지 않거든요. 보통 미니시리즈는 세트를 지으면 끝날 때까지 안 부수는데 우린 시트콤이라 항상 세트에 대한 불안함이 있었죠." ⓒ CJ E&M 관련사진보기 "공중파 벗어난 기념…똥 이야기 마음껏!" - 방송 시간대와 심의 얘길 들으니 갑자기 PD님이 주로 다뤘던 화장실 유머가 생각나네요. <감자별>에도 그런 화장실 유머가 여전히 있나요? 김 : "화장실 유머 있습니다. 제 입으로 말하긴 좀 그렇지만 첫 대본을 배우들에게 보여드렸더니 다들 재밌다고 했어요. 지상파에선 심의 때 '화장실을 노골적으로 다루는 이유가 뭐냐' 혹은 '똥 싸는 걸 계속 보여주려는 이유가 뭐냐' 등 여러 질문을 받았는데 <감자별>에도 분명 화장실 유머는 나옵니다. 그것도 많이요(웃음). 공중파를 벗어난 기념이기도 하고, 똥에 집착한다는 지적에 대한 보상 심리기도 해요. 또 <감자별> 방송 시간이 9시 15분이라 마음껏 다뤄도 괜찮겠다는 판단도 했죠. 살짝 언급하면 진아(하연수 분)와 혜성(여진구 분)이 로맨스로 이어지는데 그게 결국 화장실을 같이 쓰면서 이어지는 거예요. 근데 서로 똥 싸는 걸 봤기에 이어질듯 잘 안 이어진다는 설정이죠." - 음,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차원에서 질문 드립니다. <감자별> 정말 마음 놓고 웃으며 완벽하게 즐길 수 있는 작품인가요? 김 : "<하이킥3>는 결말을 안 만들고 하면서 만들어 갔지만 이번 작품의 마지막은 이미 짜놓았어요. 지금 말할 수는 없지만요(웃음). 시트콤이라면 엔터 기능은 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우리 나름 이야기를 다루는 방식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다른 사람이 보기엔 좀 비호감일 수도 있어요. 대중이 원하는 결말이 뭔지는 알지만 사실 그런 드라마는 많잖아요. 우린 그걸 피하자는 주의입니다. <하이킥> 시리즈에서 최다니엘(지훈 역)이 끝까지 자기가 뭘 좋아하는지 몰랐듯 색다른 결말의 드라마 하나는 있어야 한다고 봐요. 이상하겠지만 저만의 균형감입니다. 염세적 이야기도 있어야 균형이 된다고 생각해요. 약간이라도 차별화를 주자는 거죠. 엔딩의 옳고 그름을 떠나서 우리 나름의 말도 안 되는 균형감이라고 봐 주세요(웃음)." - 혹시 그럼 '인생은 가까이에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비극이다' 뭐 이런 철학을 담고 있는 건가요? 김 : "(잠시 생각 후) 제가 SNS도 안 하고 제 말이 항상 누군가를 통해 전달되기에 (왜곡 가능성이 있어) 억울한 부분은 있어요. 사실 저 그런 심오한 생각을 하는 사람은 아닙니다. 제 작품이 99.5%가 농담이라고 쳐요. 거기에 (진지함이) 0.5% 정도가 있다고 보면 됩니다. 100% 아무 생각 없는 게 아닌 0.5% 정도는 깊은 고민을 담았다는 거죠. 전 드라마 하위 장르인 시트콤을 만드는 사람이지 <설국열차>를 만드는 사람은 아니니까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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