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8월 12일 월요일
'감기' 속 수애의 '모성애', '떡볶이 신'에서 답을 찾다
[이데일리 스타in 강민정 기자] ‘먹방 수애’ 다웠다. 최근 배우 유해진과의 친분으로 KBS2 예능프로그램 ‘해피선데이’의 ‘1박2일 시즌2’ 방송을 함께 했던 수애. 비빔밥을 한 숟가락 그리고 또 한 숟가락 떠서 밥풀 한알도 놓치지 않고 복스럽게 먹었던 수애. 그 모습은 연출이 아니었다.
다이어트와 몸매 관리에 열심인 여배우가 예능 프로그램에서 뭘 그리 많이 먹었겠냐 하지만 어디 하루 이틀 관리한 세월인가. 이젠 내공이 길러진데다 몸도 적응을 한터라 당장 과식을 한다고 티도 나지 않는다.
수애.(사진=권욱기자)
14일 개봉되는 영화 ‘감기’(감독 김성수·제작 아이러브시네마)의 수애는 예능 프로그램 화면 속 모습 그대로였다. ‘감기’는 기침 한 번에 무수한 바이러스 분자 공기 내 퍼지고 무서운 속도로 수십 만 사람들을 감염시키는 치명적인 바이러스에 대한 영화였지만 촬영은 즐거움의 연속이었다. 무엇보다 먹는 이야기에 웃음꽃을 피웠다.
연이은 인터뷰 마다 무언가 마셔야 하는 상황에서 칼로리를 걱정해 가져다놓은 아이스 아메리카노 대신 “나 오렌지 주스 좀 줘”라고 주문했다. 촬영 내내 더위와 싸웠다는 그에게 “촬영장에 음식을 제공해주신 분들도 여지간히 애를 쓰셨겠다”는 말에 격한 공감을 했다. “밥차가 뭐니뭐니 해도 최고”라며 “미역냉국은 그 중에서도 빠지지 않는 단골 메뉴”라며 웃었다. 인터뷰에 앞서 와플과 김치볶음밥으로 점심을 해결했다는 수애는 다음 인터뷰 전에 먹을 간식 거리를 슬쩍 부탁하기도 했다.
“떡볶이. 떡볶이 너무 맛있지 않아요? 아, 생각하니까 또 먹고 싶네요. 하하. 사실 영화 촬영할 때도 떡볶이 신에서 NG가 많이 났어요. 더빙 작업할 때도 그 신을 계속 반복해서 봤는데 그때마다 떡볶이가 당겨서 일 마치고 늘 사먹었거든요.”
수애.(사진=권욱기자)
수애가 말한 ‘떡볶이 신’은 영화 초반부에 등장한다. 극중 감염내과 의사 인해 역을 맡은 수애는 유치원생 딸 미르(박민하 분)를 둔 엄마다. ‘워킹맘’의 현실이 그렇듯 인해는 늘 바쁘다. 의사라 출근은 빠르고 퇴근은 늦다. ‘응급상황’은 출퇴근의 경계를 허문다. 엄마의 가방을 찾아준 기특한 미르를 위해 모처럼 그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인 떡볶이를 만들어준 그날도 어김이 없었다. 응급환자가 실려왔고, 인해는 이제 막 젓가락을 든 마르를 두고 급하게 옷을 갈아입는다.
“그때 떡볶이는 밖에서 사온 거 였어요. 사와서 데우는 장면이 사실은 요리를 다 한 것처럼 보여진 거죠. 그때 NG가 많이 났던 건, 인해가 미르를 두고 나오는 장면에서 감독님이 워낙 복잡한 감정을 주문하셨기 때문이에요. ‘미안해 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는 거였는데, 지금도 생각하려니 머리가 아파오네요. 하하.”
수애는 박민하와 함께 대부분의 신에서 호흡을 맞췄다. 때론 웃고, 때론 울고, 때론 의지했다.
수애는 한 쪽 손가락으로 머리를 누르며 김성수 감독의 당시 주문을 되새겼다. “아, 뭔가 되게 복잡한 말이었는데”라며 좀처럼 생각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영화를 보면 알 수 있다. 김성수 감독이 인해에게 원했던 표정이 어떤 것이었는지를 말이다.
“사실 인해의 삶에서 아이는 중요하지만 전문적인 일을 하는 사람으로서 프로 정신도 가진 인물이잖아요. 모든 워킹맘들도 사실 사회에선 인정받지만 그만큼 가정엔 소홀해지잖아요. 그래서 워킹맘의 자녀들은 늘 또래보다 성숙한 법이고요. 그런 게 워낙 일상이 됐을 테니 떡볶이를 만들어주고 나가는 부분에서도 특별히 인해가 미안해할 필요는 없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수애.(사진=권욱기자)
단 한 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지만 그 안에서 느껴지는 수애의 ‘모성애 연기 철학’은 분명했다. 결혼을 한 적도, 더군다나 아이를 낳아본 적도 없는 그는 위인처럼 대단한 존재는 아니지만 오히려 영웅처럼 꼭 필요한 존재여서 숭고한 ‘엄마’라는 사람의 특성을 이해하고 있었다.
“인해는 대단한 엄마는 아니에요. 일을 하는 엄마일 뿐이죠. 오히려 부족한 면이 많았어요. 집에 있는 시간이 적은 엄마는 사실 냉장고에 우유가 남았는지, 없는지, 아이보다 모를 수도 있어요. 그런 면에서 인해는 미르에게 의지하는 엄마예요. 어린 아이지만 엄마의 마음을 헤아려주는 친구 같고, 때론 더 엄마 같은 존재. 모성애라고 엄마가 무조건 희생하고, 모든 걸 다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수애.(사진=권욱기자)
수애가 모성애를 강조할 수록 미르를 연기한 박민하에 대한 칭찬엔 힘이 실렸다. 올 초 SBS 드라마 ‘야왕’에서도 딸과 엄마로 인연을 맺은 두 사람. 그 사이 박민하의 연기가 늘었다며 혀를 내둘렀다.
“그게 아이의 힘인 것 같아요. 드라마는 환경적으로 빠르고 영화는 아이 입장에서 더 맞춰줄 수 있는 시스템이거든요. 감독님이 민하의 감정을 끄집어 내고 같이 표현해주니까 그만큼 잘 해내더라고요. 민하가 시사회 때 제 옆에서 영화를 봤는데, ‘안돼요, 엄마 안돼요!’ 이렇게 말하는 장면에서 울고 있더라고요 ‘엄마, 안 슬퍼?’ 이러는데 참 대견스러웠죠.”
수애.(사진=권욱기자)
영화 속에서 다 큰 아이를 내내 안고 엎고 뛰어야 했던 수애는 파파라치 사진으로만 봤던 할리우드 ‘슈퍼맘’ 같았다. 한 팔로는 아이를, 다른 한 팔로는 아이 만큼 무거워 보이는 장바구니를 들고 있고 늘씬한 몸매를 뽐내며 내리쬐는 햇볕을 유유히 즐기는 이들처럼 말이다.
“관객 분들이 어떻게 봐주실지 궁금해요. 유료 시사회를 통해서는 반응이 나쁘지 않은 것 같았는데. 감독님이 10년 만에 현장에 돌아오시면서 대중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참 많으셨던 것 같아요. 미르와 인해의 모녀관계는 물론이고 작더라도 일일이 살아있는 캐릭터의 이야기에 집중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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